아이들(The Youngsters)
이다슬
아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진솔하고 자유분방하며 직설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어 때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철없고 돌발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나의 통제능력을 벗어난다. 아이들은 가게 오락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 하루 종일 게임에 매달리기도 하고, 친구들과 무리지어 자전거로 골목을 누비기도 한다. 혹은 하릴없이 골목길을 배회하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도 있다.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그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그것은 어떻게 주어지고 형성되는지 알고 싶었다. 나 또한 어릴 적 그랬으며 지금의 어른들 역시 한때는 그런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내가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 물었을 때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도 대부분의 성인이라면 어느 정도는 뚜렷한 자기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자기인식이 미처 마련되어 있지 않다. 독립된 인격체로서 나름의 정체성은 있지만 아직 그것을 의식하기엔 어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제 이름 세 글자가 자신을 대변해 준다고 믿는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각자의 정체성이란 결국 환경과 주변 조건의 영향을 받으며 서서히 구축되는 진행형임을 알게 될 것이다. 사진 속의 아이들(The Youngsters)은 그래서 그림자가 없다. 현실공간에 놓인 실제 존재로서 저마다 뭔가 제스처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주체로서의 인식이나 정체는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5 - 2006